플로리다의 키웨스트에 가면 미국의 최남단기념비가 있다. 우리가 갔을 땐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뙤약볕 아래였음에도 어마어마하게 길게 줄을 서고 있었을 정도로 상징적인 곳인데, 사실 그곳은 미국 본토의 최남단이라는 것. 빅아일랜드에 가면 미국의 최남단 절벽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지도로 봤을 땐 괌이 더 밑인 거 같은데…? 어쨌든 이곳의 정식 명칭은 Southernmost Point of the United States이다.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 곳이라서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빙을 위해 오는 듯했다. 우리는 다른 건 몰라도 다이빙에서 만큼은 몸을 사리는 편이라, 대신에 눈으로 태평양의 깊고 푸른 바다와 바람을 느끼고 왔다. 둘 다 부산 출신이라 사실 예전엔 집에서 잠시만 나가면 볼 수 있는 태평양 바다를 지금은 비행기를 타고 와야만 볼 수 있기에 이런 순간에 비슷한 행복을 느끼고, 서로 의지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푸아코에 머무는 동안 스노클링을 위해서 코나에 하루 내려왔었는데, 우리가 갔었던 스노클링포인트가 너무 좋았어서 그곳에 여러 번 가고자 재 예약하는 숙소를 코나에 예약했다.
코나 Kona
코나에서 가장 멋진 해변은 단연코 이곳!!! 이름조차도 매직 샌드 비치이다. 처음엔 그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몰랐는데 코나에서의 넷째날 되는 날 알게 되었다. 섬이다 보니 수시로 태풍도 오고 날씨가 극적으로 바뀌었는데, 하루는 비 오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커피농장 쪽으로 놀고 왔는데 다음 날 가니 모래가 다 소실되어 모래사장 밑에 깔려있었던 바위가 훤히 보였다. 모래가 많이 들어오고 나가고 순식간에 지형도 바뀌어서 매직샌드 비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
파도가 정말 쌘 곳이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파도를 타러 온다. 여기 바다에 들어가기 전엔 꼭 수영복을 타이트하게 입고 가야 한다. 끈 비키니 입고 들어갔다가 파도에 수영복이 뒤집어져서 엄청 당황했었다. 쓰고 있었던 물안경도 분실될 정도의 파도니 수영복은 오죽했을까! 당황스러움은 둘째라서 재빨리 물안에서 수습하고 해수욕장으로 뛰어나왔다. 비키니 입으시는분들 조심~~
새로 예약한 숙소는 너무 완벽했다. 무엇보다 드디어 세탁기가 빌트인 돼있어서 오자마자 짐정리 다시 하고, 모든 옷을 세탁했더니 마음이 편안~
코나에는 정말 많은 커피농장들이 있다. 면적으로 보면 그리 넓지 않은 것 같은데, 산업 규모로 보면 또 어마어마하다. 직영 농장이 많으니까 한군대 정도는 들러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들려봤다. 우리는 그린 웰 팜에 들렀는데, 여기는 커피만 취급하는 곳은 아니고 다양한 로컬 농작물들을 키우는 곳이다. 다른 곳과 달리 투어도 무료고 매 30분마다 투어가 있어서 예약 없이 갈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는 투어를 한 다음에 피베리 커피를 큰 걸로 두 봉지 사서 왔는데 이때부터 피베리 커피의 노예가 돼서 정기구독까지 신청해 버리게 된다. 가격은 정말 비싸다는 게 흠이긴 한데(두 봉지 시키면 한화로 거의 15만 원) 두 달에 한번 정도로 신청을 해놨기 때문에, 우리 동네 로컬커피숍 인 One Line 원두랑, 포틀랜드의 Coava 원두 이 두 가지 커피숍의 원두랑 번갈아가면서 마시고 있다.
빅아일랜드에서 가장 추천하는 스노클링스폿 투스텝 비치. 진짜 눈앞에 보이는 바위에서 두 발짝만 걸어가면 배 타고 한참 들어간 맑고 깊은 물에서 스노클링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남편이랑 나랑 둘 다 참 많은 곳에서 스노클을 해봤는데 그중 가장최근은 키웨스트랑 칸쿤에서 배타고들어간 여인의 섬에서의 스노쿨이였는데 솔직히 여기랑 비교도 안된다. 산호초가 많으니 물고기 종류도 정말정말 많고, 물 깊이도 3~10미터 정도로 오리발끼고 스노쿨하기 최고의 깊이이다. 남편이 너무너무 좋아해서 전체일정중 3일을 여기에 왔다. 여기왔던 첫날은 진짜 날씨가 좋았던 날이라 물이 정말깨끗하고 좋았는데, 두 세번째날은 아쉽게도 좀 흐려서 첫날만큼은 아니였다. 그래도 그모든걸 감안해도 컨디션 좋은 다른 스노쿨링스팟이랑 비교가 안됨ㅎㅎ
투스텝으로 최고의 스노클을 경험한 우리는 빅아일랜드에서 끝판왕이라는 캡틴쿡으로 가보기로 했다. 결론 부터 말하면 우리 여기서 죽을뻔했다... 상황이 긴급해서 사진도 없음. 여기는 보통 배를 타고 가서 스노쿨을 하거나, 카누를 타고 스팟으로 가서 물속에 들어갔다가 카누에 탔다가 하면서 스노쿨을 한다. 우리는 여러 글과 영상을 찾아보고는 카누를 타고갔다. 스팟으로부터 1마일(1.6km) 정도 벗어난곳에서 타고가서 캡틴쿡까지 바다를 질러서 가는 코스인데, 막상 카누를 타니 파도 물결이 생각보다 강해서 나는 그 긴거리를 안전요원 없이 둘이서 카누만 타고 가는 거에 겁이 났다 (내가 가기 전 검색으로 찾아봤을 때는 카누에 완전 돌정도 된 아기들도 데리고 가던데... 그래서 물이 얕은 곳이라 생각했다. 지금생각하면 다들 안전불감증인지..) 그래서 내가 카누에만 의존해서 깊은 물에 있는 게 무서워서 물이 얕은 쇼어 쪽으로 살짝 빠졌는데, 물살에 휩쓸려서 배 다 뒤집어져서 물건 다 빠트리고 남편은 왕성개를 밟고 나는 허벅지밑에 살이 파일정도로 다치고.. 파도는 치는데 바위가 너무 날카로워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물 깨끗할 때 본다고 아침 일찍 갔더니 사람도 많이 없고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거 같아서 두려움이 확.. 다시 바다로 나가려고 해도 파도가 너무 쌔서 다시 카누를 들고 바다로 나가는걸 수십 번 실패한 상황에서 진짜 은인이 나타났다. 아저씨가 몇 번이나 실패하는대도 다시 도와주고 해서 잔잔한 물로 나가 카누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 순간 느낀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과 항상 나에겐 즐거움의 장소였던 바다의 무서움이 한 번에 몰려왔다. 이날 너무 충격받아서 다시는 카누를 바다에서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고(타더라도 무조건 호수에서..), 사람 없을 때 바다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파도에 대한 무서움이 생겼다 ㅠㅠ 그리고 우리는 무사히 돌아와서 응급실로 가게 된다. 남편이 밟은 성게가 너무너무 컸고 발에 가시가 박혔는데 혹, 가시에 독이 있을까 봐(따뜻한 바다의 성게 중에는 독성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한다) 겁이 나서 이직중의 여행이여서 보험도 없었지만 그땐 너무 무서워서 내가 가자고 함.. 결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었고, 남편은 며칠 동안 가시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딱히 응급실에서는 해줄 수 있는 처치가 없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청구된 응급실비는 네고에 네고를 거쳐서도 백오십만 원 정도나 나왔고 우리는 인생수업을 톡톡히 치르게 된다.
결론은 바다에서 놀 때는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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