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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페루_ 나스카

 
리마에서 지내는 동안 연락 와서 잡아놓았던 남편의 인터뷰를 아침 일찍 마치고, 부지런히 이카에서부터 출발했다. 이번여행에서는 대부분의 여행 스케줄이 픽스되어 있었기 때문에 버스표까지도 다 예약을 했었지만 나스카에서 보내는 여정만큼은 예약을 하지 않았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웹사이트로 예약이 가능한 버스인 크루즈델수르의 이카-나스카행 버스는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운영되었고, 버스뿐만 아니라 나스카라인의 경비행기는 평일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오전에 운행을 끝낼 수도 있기에 (오후에 예약했는데 취소됬을때 원금 그대로 돌려받는지 못하는 상황우려) 이 또한 미리 예약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만약 당일에 도착해서 비행기 시간이 마감되면 차로 지상화를 구경할 샘이었다.

이카에 도착해서 여차저차 알아본 결과, 이카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히려 캐주얼한 시내버스를 타는게 낫다고 했다. 우리는 당일날 시내버스인 페루버스 정류소로 가서 현장발매로 티켓을 샀다. 1시간마다 나스카행 버스가 있어서 많이 기다리지 않고, 거의 바로 출발~

 
정말 많은 정류소에서 멈췄다가 가기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시내버스라 차를 직접몰지 않는 이 근방 사람들의 손발이 되어주는 듯했다. 손님이 안 타고 물건만 싫고 출발하기도 했고, 황무지 같은 길에서 아이만 혼자 태워서 가서 내려주기도 했다. 

 
협곡의 협곡을 넘어 나스카로 가는길. 차로 지형을 훑으면서 가니 어떻게 이곳의 지상화가 남아있는지 몸소 느껴졌다. 정말 건조하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가끔가다 물줄기가 나타나는 곳이면 어김없이 마을이 있었다. 그런 마을 마을을 몇 개를 지나 나스카에 도착했다.

 
페루버스 정류장에서 나오자마자 택시가 있어서 바로 경비행장으로 타러 갔다. 비행기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걱정과 달리 아직 운행을 하고 있었다. 미리 알아온 가격이 있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그것보다 좋은 조건에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보통은 기장, 부기장 제외 4-8인승의 비행기를 운행하는 걸로 알고 왔는데, 사람이 없어서 2인승 비행기를 같은 가격에 기다리지도 않고 탑승!

 
비행기에 탑승하기전에 부기장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나스카라인 지도를 받았다. 지도에 그려진 그림은 15점이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사이에 더 많은 그림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가 도는 구역의 그림이 저 정도인 것이고 적어도 140개 이상의 그림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게 된 나스카지상화! 정말 정말 경이로운 관경이다. 

우주인
원숭이
도마뱀, 나무, 손

 

특히 이사진에서 보면 물류트럭과 지상화의 크기가 비교되면서 지상화가 얼마나 거대한지 보인다. 도로 개발로 인해 도마뱀의 꼬리가 잘려버린 건 안타깝지만..

 

경비행기이기도 한데다가 사실 이비행기를 타는 목적이 운송이 아니라 그림을 보기 위함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움직인다. 오른쪽 창문의 사람에게도 그림을 보여줘야 하고 왼쪽 창문에 앉은 사람에게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곡예비행 수준으로 비행을 하고 내려 거의 투어가 끝나갈 쯤에는 멀미패치를 붙이고 탔음에도 어지럽고 멀미 나서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다. 멀미패치 안 붙이고 탔으면 진짜 그림구경은커녕 웩웩거리다 끝 낫을 듯;; 

 

비행기 멀미가 걱정되어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터라, 비행기에서 내려 속을 좀 달래고 바로 식당으로 갔다.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내려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만난 나스카 지상화를 지키고 연구하는데 평생을 보낸 마리아 라이헤의 벽화

 

식사에 커피숍까지 갔다가 좀 이르지만 마땅히 있을 곳이 없어 버스정류장으로 바로 갔다. 내가 처음에 예약했던 버스는 오후 9시경에 출발하는 나스카-쿠스코행 버스였는데, 바로 전날 9시 버스가 없어졌다고 대뜸 연락이 와서 12시 버스라도 타겠냐고 했다. 나는 2주 전에 예약했는데 바로 전날 표가 취소되어 버려 황당했지만, 우리로서는 세 시간 더 기다리고 버스를 타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참고로 버스는 환불은 불가능하고 1년 안에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준다. 페루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 우리가 환불받을 길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쩔 수 없이 12시까지 기다려야 했던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6시간을 대기했다.

 

10시쯤 대합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막 출발하려던 버스 한 대가 후진이 아닌 전진을 해버려 정류장을 박아버렸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실시간으로 이 관경을 보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쳤고 다행히? 유리가 아닌 벽 부분을 박아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유리를 박아버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앞으로 15시간을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티켓취소 사건부터 이런 사고까지, 갑자기 버스를 타고 가는 게 맞는 건가 하며 불안한 와중 탑승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버스에 나서 10분만에 이 버스를 탄 것을 후회했다. 살면서 진짜 해보지 않아도 되는 경험이니 혹시 다른 누군가가 이 버스를 타겠다고 하면 나는 무조건 말릴 것이다. 나스카에서 다시 리마로 돌아가서 비행기를 타시라고, 리마에서 쿠스코는 비행기로 한 시간밖에 안 걸린다.. 하지만 이 버스가 힘든 이유는 15시간의 여정이라서가 아니다. 살면서 상상도 못 한 길로 가기 때문이다. 안데스 산맥을 버스로 넘어가는 건 설명이 안된다. 길이 구불구불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도 정말 많이 흔들린다. 도로가 평평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높은 고도로 빨리 가기 위해 완만히 둘러가는 길이 아닌 지그재그로 계속해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나는 15시간 중 13시간을 안대를 끼고 있었다. 시야를 차단해 아지만 그나마 멀미가 덜했다. 물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물조차도.. 

쿠스코로 거의 다와가니 그제서야 직선길이 좀 나온다
가는길에 너무 지도를 켜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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